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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공부하는 사람”
********** 류호준 교수님의 깊은 소감 입니다.
역사학자 최종원 교수가 철학자 강영안 교수를 모시고 나눈 대담이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이라는 묵직한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대담은 한두 날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무려 7년에 걸쳐 완성된 긴 여정이었습니다. 길고 긴 실타래를 풀어내듯 이야기가 이어지는 서사적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대담집이지만, 실제로는 한 철학자의 삶과 사유를 따라가는 평전처럼 읽힙니다.
명목상으로는 은퇴한 명예교수이지만, 여전히 누구보다 집요하게 책을 붙들고 공부하며 강의하는 강영안 교수의 모습은 “평생 현역 학생”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이것은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본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강렬한 인상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독 지성인의 사적이고도 공적인 이야기는 후학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배움과 사유의 재료, 그리고 도전이 됩니다. 그러나 그의 삶의 이력을 책을 통해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금세 ‘독서 좌절감’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책 속에 우뚝 서 있는 “넘사벽” 같은 강영안이 있기 때문입니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그들의 저작을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그의 원전 중심적 학문 태도와 방대한 백과사전적 지식 앞에서, 과연 누가 선뜻 말을 건넬 수 있을까요? 무엇인가를 물으면, 그의 대답은 듣는 이의 정신이 몽롱해질 만큼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가 평생 품어온 배움에 대한 갈증과 열정, 그리고 진리를 향해 끝까지 가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담아낸 하나의 대서사입니다.
흔히 우리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쉽게 합니다. 그러나 곧 이런 질문들이 뒤따릅니다. “공부란 무엇인가?” “무엇을 공부한다는 것인가?” “왜 공부하는가?” “누구를 위한 공부인가?” “공부는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인가?” “배워서 무엇을 하려는가?” 물론 ‘공부’, ‘배움’, ‘앎’, ‘지식’, ‘질문’, ‘학습’, ‘교육’, ‘깨달음’ 같은 말들은 서로 가까운 의미의 친척들처럼 얽혀 있습니다.
이 책은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앎을 향한 여정”을, 동서고금의 위대한 정신들과의 대화를 통해 큰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강영안 교수는 자신의 삶의 이력(履歷)을 더듬어 가며, 그가 책을 통해 만나고 배워 온 인류의 사상과 정신의 지형을 차근차근 펼쳐 보입니다. 그의 배움에 대한 열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그의 철학과 세계관, 그리고 인생관은 놀라울 만큼 인간적입니다. 칸트를 통해 지식 체계의 도식화를 배우고, 후설을 통해 현상의 실질적 중요성을 익혔으며, 그 과정을 거쳐 철학에서 신학으로 나아가는 길을 걷게 되었다는 그의 고백은, 철학과 신학을 ‘얼굴이 있는 인격적 학문’으로 만들고자 하는 여정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의 공부, 곧 배움의 여정은 마침내 성경이 말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인격적 관계성”에까지 이어집니다. 하나님을 알아간다는 것, 하나님을 공부한다는 것은 결국 공부하는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으로 수렴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기억해야 할, 지혜자 강영안이 건네는 조언일 것입니다.
왜 공부하는가? 왜 생각하는가? 왜 질문하는가? 강영안은 어떤 철학을 할찌에 관해 이렇게 말합니다.
“먹고, 자고, 일하고, 쉬고, 함께 살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인간의 삶, 곧 생로병사의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야 우리의 일상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묻는 철학을 하고 싶습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일상 철학자’로 남는 것입니다. 그가 정의하는 공부란 이렇습니다.“공부한다는 것은 질문하고, 책임지며, 사랑으로 응답하는 한 인간의 생애 전체에 걸친 형성(formation)의 여정이다.”
곧 인생이란, 평생에 걸쳐 빚어 가는 형성적 지식의 과정이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을 빚으시는 창조주, 곧 ‘요쩨르(יֹצֵר)’ 하나님처럼, 우리 자신도 평생의 배움을 통해 하나님의 온전한 형상을 향해 스스로를 빚어 가야 할 것입니다.
페이스북 친구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대담에서 다루는 다양한 주제들을 하나씩 꺼내어 곱씹어 보고, 함께 토론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기죽지 말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배우는 즐거움을 누려 보십시오. She/He is what she/he thinks.
http://rbc2020.kr/board/bbs/board.php?bo_table=sb1007&wr_id=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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