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칼코마니 오월에 평소보다 일정이 많았던 탓일까? 감기 몸살이 왔다.그래도 일정이 한가해 봉태일의 영화를 봤다. 지하에서 예배를 일년넘게 드려본적이 있어서 그런지 지하실군상의 느낌이 조금은 더이해가 되었다. 영화를 본 후 뜬금없지만 이전에 보았던 도선생(도스토예프스키)의 평론집이 떠올랐다.거기 지하생활자 수기편에서 도선생이 지하실인간을 형상화하고, 그이후 소설의 등장인물에게서 구체화된다는 글이 생각났다. 처음엔 봉감독이 여기서 모티브를 따온게 아닐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었다.그러나 대사의 흐름을 보면 체선생(체르니셉스키)의 생각이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 )이여. 돈많고 풍족하면? 나는 더 ( )수 있어. 박사장집 이층창문에서 반지하창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즉석 축하콘서트의 신세계를 부러워하..

비와 구름 어릴적 이맘쯤 소나기가 올때, 마을 중앙지점을 사이에두고 한쪽은 비가오는데 한쪽은 햇볕이 내리쬐던것을 보며 신기해한적이 있었다. 비온뒤 무지개가 큰원을 그리며 보이면 탄성을 지르곤 했다. 요즘은 미세먼지로 인해 시원하게 사물보는것도 힘들어졌다.무엇인가 좋아진다는 말은 무엇인가 상실한다는 말의 동의어인 듯 하다. 지난 주말 소나기가 온 뒤에 떠오른 뭉게구름,또렷한 산들, 나무들, 풀들 .. 마음이 산뜻하다. 구름이 만들어 놓은 그림같은 이미지들을 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내나이에 정말 오기힘든 동심이 잠간이나마 온 듯 신났다. 그런데 구름이미지가 구름하트에서 구름새가 되더니 구름익룡으로 보인다. 왕좌의 게임을 본후라 그렇게 보인 것일까? 그럴려면 입에서 불도 나와야하는데... 하여튼 눈도 마..

좋은 잠자리 일하는 시간 만큼은 아니어도 하루의 삼분의 일 정도는 잠이 차지한다. 잠은 인생의 삼분의 일을 점유하는 중요한 일상이다. 보통 잠을 자러 간다,혹은 잠자리에 든다는 표현을 한다. 잠자리는 침실, 침대, 벼개, 이불, 미등 등이 준비된 물리적 공간일 수도 있고, 내면적 공간일 수도 있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거나, 과중한 압박이 있거나, 관계등이 틀어져 있으면 잠자리에 제대로 들 수가 없다. 그냥 잠을 청히러 드러눕거나, 잠자리에 우겨 넣을 수는 있겠으나 잠을 제대로 잘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이야 주거공간이 좋아져서 물리적 공간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편인 듯 하다. 허기사 판타스틱한 물리적 공간이 있더라도 불면의 밤을 보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반면에 딱딱한 바닥에서도 숙면..

가을의 인생맛 어릴적 가을이면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었었다. 내가 산에서 도토리를 주워와 물채운 항아리에 어느정도 채우면 어머니는 멍석에 말려 가루를 만들고 채에 걸러서 신기하게 묵을 만들어 내시곤 했다. 훗날 아내는 가루만 사서 어머니가 만든 묵을 먹고서는 시중에 파는 묵과 정말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허나 나에겐 그 묵도 어릴적 먹은 묵에 비할바가 못되었다. 부드럽고, 적당한 찰기와 식감, 고소함과 특유의 심심한 맛은 지금도 혀끝에 남아 있다. 최근에 ''아빠의 그레이''라는 멋있는 인생프로필 사진 찍어주는 마켓팅광고가 눈에 들어왔다.나도 평상시 정장입을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언젠가 저렇케 한번 멋있게 찍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멋은 눈을 끌어당기기는 하는데 , 맛만큼 오래 남지는 않는..

세 어린양 이야기 feat by Lent 소관령 고원 초원에 한무리의 양뗴중 세 어린양이 있었습니다.골민,골수,골영이로 불리며 한 형제처럼 지냈습니다.맛있는 풀을 찾으면 서로 데리고 가서 함께 먹었습니다.못된 염소와 양아치 양들이 약한 양들을 괴롭히면 함께 힘을 모아 맞아가며 도와 주었습니다.맞은 곳이 욱신거리고 아팠지만 서로의 얼굴이 터지고 멍든것을 보며 낄낄대며 웃을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초원에는 많은 다른 무리의 양들이 모여 들었습니다.골민,골수,골영이는 서로 다른 무리속으로 가게 되었습니다.처음에는 서로 옛추억속에서 대화가 되었는데,점점 서로 판단하고 대화가 언쟁이 되더니 말폭으로 싸우게 되었습니다. 다른 시공간속에서 살다보니 어린양시절의 모습은 사라져가게 되었습니다. 양들은 쉽게 변하지 ..

어느날 세사람이 기도원에 가서 기도했습니다. 말잘하는 사람이 큰소리로 유창하게 대강당에서 기도했습니다.주여,크신 사역 이루도록 권능을 주시고 도울사람도 주시고 물질도 주시옵소서. 인상이 좋은 사람은 한적한 곳에 가서 묵상과 침묵속에 잠잠히 기도했습니다. 주여, 저의 성품을 변화시키사 선한 영향력을 미치도록 도와주소서. 심신이 고단하고 아픈듯한 사람은 토굴에 들어가 목놓아 울며 기도했습니다. 주여, 지금 많이 아픕니다.저도 아프고 가족도 아프고 이웃도 아프고 세상도 아프고 교회도 아픕니다.고칠길이 없사오니 제발 고쳐주소서. 말잘하는 사람은 신나서 갔고, 인상이 좋은 사람은 잔잔한 미소가운데 기도원을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심신이 고단하고 아픈 사람은 잠시 숨을 쉬고는 다시 힘든 현실로 내려 갔습니다.기도없이..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feat by 4.1 4월의 어느 봄날 나른해지더니 백일몽에 들어갔다. 몸이 가볍게 하늘에 두둥뜨더니 바람을 타고 사마리아 코비드산 근처 수가라는 동네에 이르렀다.퍼스트클래스 윈드를 타고 가서 그런지 몸이 확찌더니 귀여운 돼지의 몰골로 변신이 되어 있었다.꾸울 꿀 꿀꿀... 정오쯤 되고 볓이 따가워서 목이 몹시도 말랐다.평소에 먹는것에 정신이 나갈정도 였는데,목말라보니 먹는거는 일도 생각이 들지 않았다.타는 목마름에 대해 현타가 왔다. 마침 근처에 역사가 오래된 우물이 보여서 갔는데 너무 깊었다. 목말라 죽으나 빠져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생각에 우물에 뛰어 들었다. 얼마나 시원하고 신천지 같았던지.거기서 보는 하늘은 얼마나 푸르고 아름답던지.그것도 잠간 우물이 오물로 더러워지고 샘근원이..

기린의 목이된 여인 feat by사마리아여인 한 고령의 여인이 숲속 한적한 오두막집에 벽을 보고 앉아 있습니다.몇일째 묵언,단청하며 홀로 무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눈을 지긋이 감으니 벽이 파노라마스크린이 된 듯 지나온 날들이 장면, 장면 스쳐 지나갑니다. 여인은 청순한 이십대부터 50여년 더함(more doing)공동체에서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활동했습니다. 거기서 온갖 종류의 인연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절연했습니다.웃는게 웃는게 아니고 사는게 사는게 아닌 날들도 많았습니다. 그녀의 마음속 자화상은 기린의 목을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어느날 더됨(more being) 공동체가 손짓하며 다가왔을때 덥석 그손을 잡았습니다. 그손을 잡고 얼마나 눈물나게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황폐화된 자화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