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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기린의 목이된 여인

美親세상 2020. 5. 20. 15:13

기린의 목이된 여인 feat by사마리아여인

한 고령의 여인이 숲속 한적한 오두막집에 벽을 보고 앉아 있습니다.몇일째 묵언,단청하며 홀로 무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눈을 지긋이 감으니 벽이 파노라마스크린이 된 듯 지나온 날들이 장면, 장면 스쳐 지나갑니다.

여인은 청순한 이십대부터 50여년 더함(more doing)공동체에서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활동했습니다. 거기서 온갖 종류의 인연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절연했습니다.웃는게 웃는게 아니고 사는게 사는게 아닌 날들도 많았습니다.
그녀의 마음속 자화상은 기린의 목을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어느날 더됨(more being) 공동체가 손짓하며 다가왔을때 덥석 그손을 잡았습니다.
그손을 잡고 얼마나 눈물나게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황폐화된 자화상은 꽃도피고 새도 찾아들었습니다.
어느날 높은 담장이 올라간 자기들만의 동산에 있게 되었습니다.다른 사람의 모습도, 목소리도 들리지가 않게 되었습니다.거기도 사람사는데라 예전의 신물만큼은 아니어도 가끔 신물이 올라왔습니다.무엇인가 허전하고 답답해 하늘을 쳐다보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여인은 그러다 숲속 오두막에 이르러 절벽에 선 듯 , 기린의 목처럼 목을 길게 빼고 숙인채로 막연히 기다렸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듯이,다가올 듯, 올 듯 여전히 오지 않는 누군가를 .그녀의 자화상속 모습은 점점 기린의 목이되어 길어지고 굽혀지게 되었습니다.눈물이 나와 긴목을 타고 흘렀습니다.그눈물 방울이 방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세미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작은 음성을 들었을 뿐인데 ,얼굴에 기쁨의 눈물이 흘렀습니다.얼굴은 웃음빛이 돌고 다리엔 힘이 솟았습니다. 고령임에도 고국을 떠나 지구 반대쪽 열악한 땅끝에도 갈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자화상속 모습은 두발로 땅을 힘있게 딛고 기린처럼 목을 저 하늘로 길게 뻗은 모습이었습니다.

ps.이글은 수녀의 삶을 살고 계신 친척분의 삶을 모티브로 적은 것입니다.^^
20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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