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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인생맛
어릴적 가을이면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었었다. 내가 산에서 도토리를 주워와 물채운 항아리에 어느정도 채우면 어머니는 멍석에 말려 가루를 만들고 채에 걸러서 신기하게 묵을 만들어 내시곤 했다.
훗날 아내는 가루만 사서 어머니가 만든 묵을 먹고서는 시중에 파는 묵과 정말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허나 나에겐 그 묵도 어릴적 먹은 묵에 비할바가 못되었다. 부드럽고, 적당한 찰기와 식감, 고소함과 특유의 심심한 맛은 지금도 혀끝에 남아 있다.
최근에 ''아빠의 그레이''라는 멋있는 인생프로필 사진 찍어주는 마켓팅광고가 눈에 들어왔다.나도 평상시 정장입을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언젠가 저렇케 한번 멋있게 찍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멋은 눈을 끌어당기기는 하는데 , 맛만큼 오래 남지는 않는 것 같다. 어느 길거리 식당의 ''멋은 일년, 맛은 십년''이라는 멘트는 괜한 말은 아닌 듯 싶다.누구든 혀끝에 인생맛 하나는 새겨져 있을 듯 싶다.그게 가까운 사람이라면 그 인생맛을 찾아 나누면 아주 맛있는 선물이 될 듯 하다.
눈물의 빵, 가슴뭉클한 우동, 배타며 들이킨 물회,
어머니가 싫다고 하신 자장면 등등 말이다.
나에겐 연한 고동색의 찰기어린 도토리묵이 이계절의 인생맛이다.
### 어디 인생맛 파는데 없나요?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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