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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단풍에 대한 세가지 단상

美親세상 2020. 10. 27. 18:40

가을이 깊어간다. 자주 걷는 둘레길에도 낙엽이 제법 많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낙엽이 바람에 움직이며 내는 소리 사그락 ,사그락, 발에 밟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른다.

단풍을 보며 제일먼저 드는 생각은 형형색색의 단풍의 아름다움으로 인한 감탄이다. 그냥 아름답다라고는 표현이 웬지 부족하다. 꽃보다도 아름다울 수 있는게 단풍이다. 온 산을 붉게 불태우는 듯한 모습으로 만들지 않는가? 단풍놀이 다니시던 부모님들의 풍류가 멋들어지시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깊어가도 붉게 불타고, 불의 파도가 치는 듯한 단풍산을 보지 못한다면 한 해의 절경과 회상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리라.

그 다음 드는 생각은 과학적인 생각과 겹쳐진 인생의 쓸쓸함이다. 수분을 보호하고 나무의 보존을 위해 잎으로 가는 수분이 차단되고 낙엽이 우수수 지게 되는것이 꼭 인생의 가을을 떠올리게 만든다. 지는 낙엽, 젖은 낙엽 등이 쇄하여지고 할 일이 없어지고 서서히 촛불이 마지막 밝게 타오르고 꺼져가듯 지는 삶과 닮은꼴이다.

몇 해전부터 자꾸 단풍과 낙엽을 보면 푸르름이 대비되어 마음에 다가온다. 푸르름의 봄이 자꾸 떠오른다. 푸르디 푸른 젊은 청춘들과 청춘이었던 시간들이 그리워지고 부럽기도 하다.

또한 조상들이 사군자(四君子)를 그리며 보았던 정신과 기상이 조금씩 공감되고 그 아름다움이 단풍과 낙엽에 대비되어 다가온다. 둘레길 돌다 상록수인 소나무와 낙엽송이 대비되어 서있는 모습에서 그 대조미를 강렬하게 느낀다. 사군자에는 들지 못하지만 예로부터 세한삼우(歲寒三友)에는 대나무와 함께 소나무가 들어갔었다.

이것을 생각하면 푸른 대나무들 바람에 흔들리며 사그락거리는 소리, 겨울 눈 맞고도 흰 눈 빛깔에
대비되어 푸른 빛을 내던 솔잎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 지가 느껴진다.
봄을 그리워하는 것보다 더 강하고 초연한 기상과 멋이 느껴진다.
겉사람은 쇠하여 가지만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영적으로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면 늘 푸른 기상속에 사는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둘레길 돌고 내려오던길에 낙옆청소기로 송풍해서 많은 낙엽들을 일상다반사처럼 치우시던 공원 관리직원을 보고서 낙옆이 누군가에게는 고역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전 가을동화 촬영지였던 아름다운 남이섬의 낙엽치우는 규모가 장난이 아니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가을이면 낙엽치우기로 애쓰는 분들을 생각하니 단풍이 곱게만은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분들에게는 형형색색의 낙엽이 치워야할 무엇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리라. 건조한 일의 대상인 것이다. 그점에서 낙엽이 된 단풍은 땀이다.빨리 낙엽의 계절이 흐르기를 바라는 대상이 되어 버린다.

곱게든 단풍이 낙엽이 되어 지는 아름다운 이 가을이 누군가에게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계절일 수도 있는 것이다. 동일한 심정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다른 각도이지만 분명 공감의 끄덕임이
있을 것이다.

곱게 물든 단풍과 가을 낙엽을 보며 또 다른 생각에 든다면 이 또한 가을의 새로운 느낌이고 묘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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