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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세상의 모든 연약한 이들에게

美親세상 2020. 9. 22. 11:59

가을이 오면 강가, 호수가, 산의 평평한 구릉지대에 갈대나 억새들이 장관을 이루곤 한다.작년에 명성산에 갔을때 억새와 사람들이 어울려 장관을 이룬 모습을 보았었다.

성경에 나오는 몇 않되는 갈대의 이미지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듯 하다. 모세를 살린 갈대상자, 꺼져가는 심지와 병행되어 나오는 상한갈대가 언뜻 떠오른다.

올 가을은 실제 갈대보다 상한 갈대같은 세상의 모든 연약한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비틀거리던 경제를 더 꺽어버린 코비드19, 그 와중에 꺽이어 삯거나,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꺼져가는 생명의 촛불들이 떠오른다.

강자들은 상한갈대나 꺼져가는 촛불의 심지는 눈만 아프고 성가시고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 징징대는 풍경일 것이다. 차라리 빨리 제거하거나 치워버리면 좋을 듯한 대상일 듯 하다.

허나 ,연약함이 죄는 아니지 않은가? 연약한자도 같이 조화를 이루어 사는 세상이 진정 그분의 나라의 모습 아니겠는가? 그분 앞에 설때 누군들 약자의 모습으로 서지 않을 자가 있겠는가?
세상의 모든 연약한 이들을 대하는 그분의 태도가 진정 강한자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한 자매가 있었습니다. 세상은 너무 약육강식의 세계처럼 살벌하고 거칠고 강해보이기만 했습니다.그녀가 처음 교회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도움을 받고 싶었습니다. 교우들은 환대하고 기도하며 격려했고 위기의 순간에도 더 관심과 사랑을 흘려보냈습니다.자매는 구직시험을 포기하려다 마음을 다잡았고, 결국 이루었습니다.
소리 소문 없이 작은 교회가운데도 상한갈대를 꺽지 아니하시고 이기게 하시는 그분의 긍휼이 나타났습니다.

세상에 누구인들 항상 강자이겠습니까? 약해질때가 있고 ,실상은 파스칼의 말대로 연약한 갈대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강자이신 그분의 태도가 아니면 약할때, 약함을 자각했을때,어찌 견딜 수가 있을까요?



오, 진정 강하신 그분의 끊임없는 긍휼의 눈빛과
임재하심이여

이 가을과 겨울, 다시오는 새 봄까지
긍휼의 빛을
자비의 온기를
회복의 소망을

세상의 모든 연약한 이들에게
부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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