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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들어갈때
4년째 가고 있는 좋은치과모임이 새해들어 포맷을 바꾸었다. 음식과 차와 찬양과 나눔이 있는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일명 휘게 타임.
나는 무엇을 나눌까 생각하다가 , 진료가 이런 저런 이유로 시들 시들해질때 시들어진 감성을 전환시켜주는 치과관련 시나 산문등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창작을 해서라도 나누고 싶다.
이번에는 ''틀니''라는 시를 나누어보고자 한다.
틀니 유진택
노모는 틀니로 세상을 버텼다 돌이라도 씹을 것 같은 젊은 날의 이빨은 몽땅 빠젔다
그래도 생 이빨만한 게 없다고 늘 뭔가를 우물거렸다
암소처럼 되새김질하는 엄마가 신기했지만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잇몸으로 우물거리는 엄마의 얼굴은 쓸쓸했다
그러다 잇몸마저 망친다고 틀니를 해주었지만 그것도 답답한지 틀니를 물그릇 속에 담가 두었다
물그릇 속의 틀니는 귀신처럼 허허 웃고 있었다
소리없는 웃음에 놀라 손을 대기도 싫었지만 잇몸으로 견뎠던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엄마, 엄마 붙들고 통곡해도 시원치 않다
틀니는 물그릇 속에서 조개껍질처럼 입을 벌리고 있지만 틀니가 없던 날을 생각해보라
잇몸으로 어떻게 거친 밥을 먹고 살 수 있겠는지를
입 딱 벌리고 자고 있는 엄마의 입 속이 동굴처럼 허전하다
子 함민복
섣달 눈바람에 깨인 새벽
백발 어머니 머리맡
찬물 바가지 속 틀니
팔만대장경 예 있구나
틀니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과 표현이 생경하면서도 신선하다.
두 개의 시속에서 두 시인은 공히 엄마의 고달팠던 삶을 틀니를 통해 반추하고 있다.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더 애절한 심정을 느끼게 하는 듯 하다.
왜 아니겠는가?
저 시인들의 마음을 느낀다면 반복되는 진료속에서도 심정이 새로워질 듯 싶다.
이글을 쓰며 뜬금없이 노년에 틀니를 사용하시며 섭식에 고생하셨을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대학졸업하면 내손으로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 바램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때는 그것이 서운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초보시절인 그때 해드렸다면, 욕은 아니더라도 불평의 소리를 한바가지 들었을 듯 싶다.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진료지만...
하여튼 신장개업한 듯 한 모임이 순항하기를 바래본다.^^
2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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