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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형과 K형은 지식소매상이다.
거대 지식산업체인에서 배분되는 지식을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게 적절히 ,재빠르게, 적정한 가격에 가공하여 공급하며 산다. 예전처럼 한번 만들어 놓으면 최소 10년은 재판매하며 수월하게 지냈는데, 지금은 너무 변화가 빠르고, 지식의 생산, 사용, 폐기 주기가 너무 빨라져서 쫓아가기도 벅차다.
무엇보다 실시간 스트리밍에 익숙한 세상이다 보니 지식도 동영상으로 그럴싸하게 가공하지 않으면 도통 소비가 잘 되질 않는다. 타고난 원판이 좋지않고, 낯가림이 심하고 언변이 딸려서 동영상 스트리밍을 몇번하다 접었었다.
D형과 K형은 어느날 카페에서 이런 저런 넋두리를 하다 재미진 현상을 발견하고 동시에 웃었다. 본인들의 전공분야에 대해 옆테이블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너무 확신에 차서 썰을 푸는 것을 들었다. 마치 장님처럼 코끼리 여기 저기를 만져본 것을 ,코끼리 전체인양 리얼스트리밍을 큰 소리로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지식 소매상하며 많이 보았던 모습이었다. 정치, 사회, 종교중에서 종교계쪽이 제일 심했었다. 공통현상은 이랬다. 책 한권 읽은 사람이 조금 목소리가 크고, 카카오 카더라 통신을 본 사람은 침을 튀겨가며 더 크게 말하고, 이 두가지가 합체가 된 사람은 거의 혼연일체에서 나오는 듯한 아주 확신에차고, 이거 아니면 세상이 절단날 듯이 말을 했다. 이런 분들은 지식소매상인 두 사람에게는 진상소비자였었다.
한가지 희안한 것은 책도 많이 읽고, 사유도 어느정도하고 , 세상돌아가는 것도 나름 균형감 있게 인지하고 있는 분들은 의외로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분들은 이미 많이 알고 있음에도 자꾸 배우려고 했고, 두 사람의 지식을 구매하려 했다.
무지할수록 자기확신이 무지하게 강했고, 유식할수록
겸허한 조심성이 있는 소신이 있었다.
D형과 K형은 이런 현상을 두 사람의 이니셜을 따서 D & K efffect 라고 급조해봤다. 풀어보면 드럽게 무지하면 자기확신이 크고, 지식(knowledge)이 늘 수록 확신이 조심스럽다. 뭐 조금은 억지스럽지만 뜻은 그랬다.
두 사람은 옆테이블의 두 사람의 소리에 뒤질새라 더 크게 한바탕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