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작은 공감

사랑니

美親세상 2020. 5. 19. 22:11

詩들어갈때 2

사랑니

구정 연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로 진료가 손에 잘 잡히질 않고 있다. 이번 사태도 선제적 대응을 통해 더이상 확산되지 않으며,불확실함에서 오는 공포심도 사그러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치과진료가 대체로 두려움을 가지게 하는데, 그중 사랑니 난발치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사랑니라는 이름처럼 시인들도 사랑니가 나오는 20세 전후의 풋사랑 내지는 첫사랑의 아픔을 형상화하여 시작업을 한 것이 다수입니다.

반면에 사랑니 진료를 받고 적은 시를 보면 조금은 세밀한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그중에서도 공포심이 으뜸인 듯 합니다.

사랑니 김광규

귀찮은 것 빼어버리지 충치만 생기고 어금니를 괴롭히는 사랑니는 빼어버려
철이 들면 무엇해 씹지도 못하는 것(의사의 말은 언제나 의학적으로 옳다)

하지만 빼어버리는 것도 고치는 것일까(겁 많은 환자에겐 으레 어리석은 고집이 있으니까)
잠 못 자게 괴롭히는 미운 이빨을 그래도 나는 버리지 않을 테야 비록 귀찮은 사랑니지만 내 몫의 아품을 주는 내 몸의 일부인 것을

내가아니면 누가 씹으며 지긋이 참을 수 있겠어 간직할 수 있겠어

사랑니 김륭

치과에 갔더니 사랑니가 나보다 먼저 누워 있다고 한다 똑바로 나지 않고 기울거나 누워있는 사랑니는 뽑아야 한다며 더 크게 입을 더 크게

무섭다, 아직 오지도 않은 사랑인데 갸웃갸웃 걸어오다 크게 벌린 입을 보고 도망갈까봐
하긴 무슨 걱정이야 내가 가면 되지, 인도호랑이처럼
달려가면 되지

사랑니 뽑고 사랑 잡으러 간다 나는 천둥 번개 잡아 와 키울 수 있다

두 시인은 사랑니 발치의 두려움, 공포심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도 대학졸업전 친구의 발치케이스를 채워주기위해 두 개의 사랑니를 뽑을때 느꼈던 공포심이 떠오르네요. 그때 담당교수님께서 낑낑대는 친구에게 날샐거냐고 핀잔주던 말도 기억나네요. 환자분들의 이 공포심을 헤아린다면 조금더 세심하게 접근하고 ,조금더 통증이 적게 발치하려 할 듯 합니다.

저도 사랑니 시를 하나 적어봅니다.

사랑니 이학상

사랑니 나올 무렵에 빨간 동백꽃 꽃망울 터지 듯
붉게 열린 연분홍 잇몸

붓고 열나고 밥도 먹을 수 없는 이별의 첫사랑처럼
몇날을 끙끙 앓고야 고개를 내민 수줍은 상아빛 너의 얼굴

곧 몸에서 뿌리 뽑혀나갈 운명을 모른채 세상에 나오네
너와 이별할때
사랑이 아프다는 것을
눈먼 사랑너머 깊이 헤아려주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바로 옆의 사랑하는이를 위해 있기도하고 때로 사라지기도 해야한다는 것을

사랑이 시작될 나이에 사랑을 가르쳐준
사랑니
202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