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시냇가에 심기운 미나리
美親세상
2021. 3. 26. 09:13
시냇가에 심기운 미나리
실로 오랫만에 영화를 보았다. 스토리나 서사구조는 스포가 될 듯해 스킵하고 느낀 모티브를 적어본다.
감독의 이름이 이삭이어서 그런지? 샘파고 막히고 다시파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계속 이어지는 물의 이미지가 다가왔다.
이삭이 일곱번의 우물을 얻는 과정에 겪은 애환이 오버랩이 되었고 오래전 보았던(1986) ''마농의 샘''도 흐릿하게 떠올랐다.
또 졸졸 흐르는 시냇가에 심기워 잘 자라는 미나리에서는 시편 일편의 시냇가와 나무가 연상되었다. 더불어 강물이 풍성하게 흐르던 낙원 에덴 정원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불의 이미지와 강렬하게 대비되어 다시금 물의 회복을 기대하는 모습들을 통해 계시록의 물이 풍성히 흐르는 새 하늘과 새 땅의 이미지도 강렬하게 대비되어 다가왔다.
이게 다 이삭의 우물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작용 때문이리라.
연초에 다소 차갑고 황량했던 한강변 물의 정원이 봄을 맞아 어찌 변했을까 궁금해졌다. 물의 정원답게 변해 있을까? 봄이 가기전 꼭 한번 가보리라. 가서 물의 모티브들을 한껏 느껴보리라.
그리고 노배우의 연기속 나직히 읍조리는 대사는 별 기대치 않고 읽다가 잔잔한 감동을 받았던 포레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잠언들을 기억나게 해주고 마음을 포근하고 따뜻하게 하였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짧막한 이야기들은 언제고 가슴에 남는 묘한 마력이 숨어 있는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