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기억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 어느 장소에 가면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오늘 아내의 조카 결혼식이 남산 근처에 있어서 다녀왔다. 코로나 기간이긴 해도 상큼한 기억 하나가 추가 되었다.
거기서 바라본 청명한 하늘을 씨애틀의 스페이스 니들처럼 콕 찌르는 듯한 남산 타워는 또다른 추억을 소환한다.
제작년에는 바로옆 장소에서 치과임상윤리책 발간 축하연이 있었었다. 그옆 장충체육관에서는 오래전 직원들과 고 신해철과 그 친구들의 고막을 찢는 듯한 공연을 보며, 비트와 흥에 리듬을 타지 못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맞은편 국립대극장에서 한참 힘든 문제로 고민할때, 여름휴가 이벤트라고 아내하고 뮤지컬 캣츠를 보러 왔다가 ''메모리''열창에 감동 먹은 것은 좋았는데, 몸살기가 악화되어 고생했던 고약한 기억도 생생하다. 그때 보았던 남산타워는 별다른 감흥도 없었고, 그저 오랜만에 본 서울의 한 그림 이었다.
이런 저런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오늘 결혼식이 즐겁고 흥이 있은 듯 하다. 팍팍한 코로나시기의 일상이라지만 ,소소한 축제와 즐거운 기억의 향유라도 잘 누리고 싶어서 였을까?
아님, 저장되었던 장소의 기억이 그 장소에 가자 부팅되어 업로드 된 것일까?
아마도 후자인 듯 하다. 그점에서 누군가 장소는 기억의 저장소라고 말한 것은 참이다. 그것이 유쾌한 것이든, 다소 즐겁지 않은 것이든지 간에.
어느 한 가지만 편향적으로 기억이 되살아날 수도 있겠지만, 둘 다를 찬찬히 기억해, 퍼즐을 연결 하듯 연결해 보면 색다른 추억이 조합되어 나올 수도 있을 듯 하다.
내가 갔었고 살았었고 지나쳤었고, 하여튼 발로 밟고 다녔던 곳에는 평소 내가 인지하지 못하던 기억, 추억, 자신의 자화상이 저장되어 있다.
어쩌면 당시의 현실에서 저만큼 미래로 온 시점에서 그것들을 조금은 거리두기를 하고 돌아보면 색다른 것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의 리셋팅은 몰라도 새로운 추억과 새 멤버가 되는, 리 ㅡ 멤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