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작은 공감

오르막 언덕길

美親세상 2020. 8. 20. 14:09



한 손에 장을본 물건을 들고
한 손은 어린 아들손을 잡고
등에는 돌된 딸을 엎고
엄마는 오르막 언덕길을 오른다

그날따라 눈이 왔다
아슬아슬하게 미끌미끌한 언덕길을 오르다
기어코 미끌어져 넘어진다

장을본 물건들은 으깨지고
바닥에 부닥친 아이들은 소리내어 울고
엄마의 눈에서도 북받친 듯 눈물이 흐르고
서럽게 곡소리가 난다

힘들고 좁고 십자가가 많은 오르막 언덕길을
겨우 겨우 가고 있는데
오늘따라 고이고 고인 눈물샘이 터지고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흐른다

세상의 모든 무거운 죄짐을 지고 오르막 언덕길을
오르셨던 그분도 숨이 헐떡이고 고통과 탄식의
신음소리가 나왔었겠지

골고다 언덕길을 오르신 그분을 생각하니 서러운 울음소리 잦아든다
신발끈 고쳐 단단히 매고 툭툭털고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선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오르막 언덕길 오른다
언덕위엔 누추하지만 평화깃든 보금자리가 있다

그날따라 온 세상 구질구질하고 더러운 것 하얗케
덮은 함박눈이 왔었다

마치 그날이 온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