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작은 공감

밧모섬(Patmos island)

美親세상 2020. 6. 10. 13:04

요한이 유배가서 감옥살이 하듯 지냈던 밧모섬.
밧모의 뜻이 송진(rosin or colophony)인 것을 보면 그섬에 소나무같은 침엽수가 제법 있었을 듯 싶다.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그곳 중턱쯤에 요한이 계시를 보았던 제법 큰 계시의 동굴이 있다고 한다.
혹자는 그곳에서 계시를 보고 유배기간에 계시록을 저술했다고도 한다. 이런점들은 성서지리학자나, 성서고고학 등등의 학자들에게는 무척 관심이 갈 이야기들이다.

나의 관점에서는 계시를 볼 당시의 요한의 처한 숨막히는 시,공간으로 더 다가온다. 수직적인 공간적 차원에서 위에 계신분에 대해 품었을 수많은 의문과 질문들, 수평적인 시간적 차원에서 짓눌렸을 목회적 짐들과 근심들, 역사적지평에 대한 암울한 전망, 고난가운데 있을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루 하루 수도없이 피부에 와 닿는 유배지의 고통들.
더위, 추위, 돌깨고 캐는 노역, 거친 잠자리, 기약없는 무기력과 낙망들...

요한은 어찌보면 수많은 당시에 물리적, 심리적 감옥에 갇혔던 믿는자들의 표상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나타나시고 계시하시고 묵시와 음성을 주셔서 유배지의 시,공간성을 초월하게 하신것은 그 세대와 다가오는 세대의 수많은 유배지 혹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히거나 갇힌 듯한 상황에 있을 믿는자들에게 큰 위안이 될 듯 싶다.

아직도 세상은 I can't breathe 라고
헐덕이듯 겨우 토해내야 하는 곳이 널려 있는 듯 하기에 그것이 더욱 다가오는 듯 하다.



송진(Patmos)


곧게 뻗은 나무에 땀방울 처럼 흘러나와
이슬방울처럼 맺힌다

풀보다 강한 끈끈한 붙임성으로
떨구어지고 마르고 삯아서 아궁이 땔감으로
살라지고 재가되어 사라질 나무가지들에게

짙은 향기 뿜어 다시금 깨어나라고
다시와서 붙어있으라고
바위틈에서도 살아남은 생기를 이어 받으라고
눈물방울처럼 흐르며 손 짓 한다

생명의 열매 향한 가지의 아련해진 꿈
송진으로 인해 원나무에 다시붙어
생기가 들어간다
원나무와 단단히 융합되어 기진했던 고개들고
온갖 풍파와 비바람에도
기가 꺽이지 않고

그언젠가 맺힐 영롱한 보석보다 투명하고 속이 꽉찬 열매를 향해 움추러 들었던 가지를
쭉쭉 편다

열매너머 저 하늘을 향해 성큼 성큼 자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