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작은 공감

집을 나온 닭

美親세상 2020. 6. 4. 11:04

아침 뒷동산 산책길에서 만난 닭
한 달여 본 듯 한데 이곳 저곳 옮겨 다닌다.
오늘 아침에는 쉼터 정자의 사람들이 앉는 곳에
올라가서 있었다.
그 주변에는 사람들이 가져다 놓은 물그릇, 쌀그릇이 있었고 ,비둘기, 참새, 까마귀들이 와서
먹고 있었다.

비둘기와 참새는 사방경계를 열심히 하면서 쌀을 먹는데, 닭은 내가 1m앞까지 다가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있었다. 이놈이 겁을 상실했나?
더 기가찬 것은, 내가 보고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듯이 응아를 하는 것이었다.

닭똥같은 눈물이라고 할때의 그 닭똥을 아주 가까이서 순간 포착해서 본 것이다.
아침부터 덩이라니...
그것도 눈물같은 닭똥이라니...
복권살 정도는 아니지만 과히 기분은 나쁘지 않다.

저 닭을 보면서 예전 상담배울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기코끼리시절에 말뚝쇠사슬에 묶였을때 벗어나려 해보지만 ,되지 않은 코끼리는 거대한 덩치가 되어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음에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명 Baby Elephant Syndrome 이다.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으로 불리기도 한다.
쇼생크탈출에서 모건프리먼이 분한 ''레드''가 그 예인 듯 하다 . 레드는 오랜 감방생활로 인해 자유의 몸이 되었어도, 오히려 감방생활이 편하고 자유를 불편해하고 힘들어한다.

오늘 본 닭은 자유를 만끽하고 나름 잘 적응하는 듯 했다. 얼마전 같이 있었던 닭은 어디서도 보이지가 않았다. 레드 같은 닭이었을까? 궁금하다.

오늘 본 닭은 자신이 본래 하늘을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자신의 몸속에는 태어날때 부터 나는 닭의 유전자가 이미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
닭은 온 산을 훨훨 자유롭게 날라 다닐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알을깨고 세상에 나온 날에 이어 두번째로 세상에 태어난 날이 될 것이다.

상상의 집

쇠사슬에 묶인 듯 매일 평범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매여 있을 지라도
오랜세월 꿈꿔온 것이 연기처럼 사라진 듯 하여도
어느날에는
절벽에 매달린데서 벗어나
야생마처럼 넓은 평원을 달리고
드높은 하늘을 독수리처럼 날고 말테야

나의 속 깊은 어딘가에는
그런 유전자가 있을거야
그게 깨어나는 날
다시 태어나는거야
그 자유로운 상상의 집에서
오늘도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거야

달리고
나는것이
필연적 일상이 될
그날을 향해 뚜벅 뚜벅
걸어가는거야